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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경험이 미천한 존재’라는 편견을 버려!
작성자 : 바라 ,등록일 : 2006-06-08 12:01:08 , 조회수 : 2040
장애인은 ‘경험이 미천한 존재’라는 편견을 버려!

[바라의 장애없는 세상] 장애인은 사회적 투쟁통해 경험의 변증법 체험해
 
이훈희  
 
경험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이렇다. “실지로 보고 듣고 겪는 일, 또는 그 과정 및 과정에서 얻는 지식이나 기능” 그렇다면, ‘실제적인 경험’이란 또 무엇일까?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이렇게 풀이했다. 괄호 안의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넣은 것이다. “인간이 감각이나 내성(내부 관찰이라고도 하며, 소극적인 차원에서는 자기의 사상이나 언동 따위를 스스로 돌이켜 보는 행위를 의미)을 통해서 얻는 것 및 그것을 획득하는 과정”

장애인은 경험이 미천하다?

경험에 관한 이 두 개의 의미를 살펴보면, 실제적인 경험이란 감각과 내성까지 포함한다. 즉, 경험은 내면적 경험과 외면적 경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그것. 원래는 하나의 의미이지만 이렇게 두 개로 구분한 까닭은 외면적 경험이 불충분하거나 현실 상황에서 어렵다고 보는 비장애인의 관점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장애인의 대다수는 활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경험이 미천하기에 인식도 좁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사실 이 경향이 반드시 틀린 건 아니다. 눈앞의 것만 보이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있다. 우물 안의 개구리에게 하늘은 손바닥만큼 좁고 둥근 하늘만 있는 것처럼. 다행스럽게도 일부 장애인에게만 이런 현상이 있는 것이 아니다. 더 많은 비장애인들이 자신의 좁은 시야와 비틀어진 관점 그리고 이를 통해 체험한 경험들을 전부인양 판단하는 웃을 수 없는 일들이 매일 벌어지는 실정이다.

장애인은 별로 경험이 없는 존재인가?

얼마 전 오랫동안 시설에서 생활을 하다가, 영혼의 동반자를 만나 독립생활을 하게 된 모 장애인 시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우리가 나눈 다양한 대화의 소재 중 단연코 열기를 띈 것은 경험의 앞뒤 맥락이었다.

‘장애인은 별로 경험이 없는 존재인가?’ 이 가설을 놓고 우리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공통의 결론을 내리기 앞서 나눈 대화를 간추리면 이 정도.

필자 : WHO(세계보건기구)에서 정의한 건강의 개념을 따져보지요. 육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영적 건강 등 세 종류입니다. 즉, 과학적 세계관이 확장될수록 건강에 대한 개념도 변화하고 있어요. 장애인을 규정하는 것이 의학적 관점에서 보는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계성이라면, 인간의 오감과 육감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정신적, 영적 차원도 구체적인 경험으로 보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인 :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언뜻 읽은 글에서 알게 된 건데, 옛날 사람들은 그가 비장애인이라고 해도 사회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제한되어 있었다고 하던데요.

필자 : 맞아요. 중세라고 하는 봉건제 당시 시대구조에 살았던 사람들은 활동반경이 30km에 불과했고요. 실제로 철학자로서는 ‘순수이성비판’ 혹은 천문학자로서는 ‘칸트, 라플란스 성운설’로 더 유명한 지성인인 칸트는 살아 생전 자신이 살던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시인 : 그런데 자본주의에 와서 자본의 요구로 인해 고속도로 등이 닦이면서 일일 문화권이 생기고, 여기서 경험에 관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이 발생했지요.

필자 :  네. 앞서 이야기한 국가 기반 시설은 한국의 경우 전체 자본의 60%에 이를 정도로 정부가 집단적 자본가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다시 말한다면, 이동권의 억압 등 장애인 편의시설에 대한 사회적 억압과 이에 대한 편견의 책임은 순전히 정부에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선언적으로만 장애인에 대한 시혜성 혜택을 줄 뿐이고, 실제 문제는 비장애인의 편견에 있다는 식으로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고 있어요. 또 이와 같은 문제를 장애인/비장애인 대립의 각으로 잘못 세우는 장애인 활동가도 있는 형편이고.

시인 : 그렇다면, 내면적인 경험이란 무엇일까요? 단순히 시를 쓰기 위해 상상하는 것 이상의 그것은…

필자 :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사회적 경험 등 외면적 경험은 내면적 경험과 상호 의존성을 갖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도 인간이 영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는 마당에 장애인이 자신의 영적 존재성, 즉 고귀한 인간성을 인정하지 않고 아직도 위축된 채 밥만 먹고 사는 수준의 삶을 이어가는 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와 함께 지금 당장 장애인에게 중요한 것은 독립과 자립을 위한 사회적 활동이라고 봅니다. 장애인이 나가서 싸우지 않는다면 누가 대신 싸워줄까요?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숲 속의 요정이, 전문가의 탈을 쓴 강단의 지식인이? 어찌 되었든 장애인이 삶의 운명이라면, 이 운명을 멋지게 실현하는 것 또한 삶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땅 450만 장애인에게는 생존권을 쟁취해야 할 불 타는 투쟁의 현장과 엄연한 적 개념이 있지 않습니까.

시인 : 그래서 내게 서정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없나 봐요. 지금 아내는 서정시로 만났지만, 이제는 시를 무기로 만들고 싶어지네요.

두 눈이 반짝 반짝거리는 장애인들

소주를 무려 6명이나 마시면서 밤 새워 대화를 나눈 우리들. 나이 서른 넘어서 검정고시로 중, 고등 과정을 밟았다는 그는 학력으로는 도저히 재단할 수 없는 상당한 수준의 내면적 인식을 갖추고 있었다. 마치, 대화를 통해 고민을 몽땅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를 노렸다는 듯이 보일 정도로. 장애인 자립 활동을 위한 동료 상담을 끝내고 나면 장애인들의 눈이 반짝 반짝 빛난다는 말이 생각났다.

‘그래. 좋다. 한 번 해보자. 말로 안 되면 무엇이 옳은 건인지 국민적 판단에 맡기고 몸뚱일 던져볼 것이다’고 생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회적 의식은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사회적 투쟁을 통해 획득된다는 이것이 바로 경험의 변증법인 것을 장애인은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 "정부는 장애인들의 기본적인 복지인 전동휠체어 수급에 앞장서라"며 전동휠체어로 국토종단에 나선 중증장애인들.     ©김용한  

어쨌든, 경험은 진실이다. 이 진실이 정당한지, 아닌지 판단하는 것은 당사자의 몫이다. 장애인 당사자주의 이념은 자신들의 진실을 온 대중들이 다 볼 수 있도록 화끈하게 펼쳐내야 하며, 이 학습 과정은 전국의 장애인 개개인에게 소중한 경험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념은 천 개의 눈, 천 개의 입, 천 개의 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면적 경험과 외면적 경험의 환상적인 어울림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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